향수

♥ 鄕愁 ♥

아는체 모르는체
또 그러히 계절은
우리들 곁을 지나가는군요

덩그러니 떨구어진 고향역
아는체하는 향나무에 눈짓하고
풀랫폼을 걸어 나오면
칠벗겨진 그때 그 벤치 두개

철길 나란한 아지랭이에
눈을 희롱하며 걷던 신작로하며

게으른 산등성이 넘자고
수풀속으로 들어서면
찌르르 휘 휘리리릭 튕겨지는
방아깨비의 화려한 날개짓

성긴 수풀사이로
희끗희끗 바래진 단청으로
어린 가슴을 부여잡던 곳집하며
갈바닥엔 어느새 벼낫가리가 쌓일테고

이윽고 밑둥잘린 논바닥에
눈처럼 뽀오얀 서리나리면
호호 마주 불던 산마루엔
토깽이 발자욱이 어지럽겠지요

빌딩모서리를 돌아서니
달려드는 도시의 삭풍 한자락
산골떠난 소쩍새의 두고온 鄕愁



                                                                                   한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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