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 교육, 정말로 학생들을 왼쪽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미국의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을 가르는 인구학적 차이 가운데 가장 깊고 넓은 것이 바로 교육 격차입니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들이 어떻게 표를 던졌는지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의 64%가 트럼프에 표를 준 반면, 학사학위를 소지한 백인 가운데서는 38%만이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대졸 유권자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30개 하원 지역구 중 27곳의 의원이 민주당 소속입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이 같은 격차는 일부 변화하는 정치적인 태도에 기인합니다. 2015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의 24%가 정부 역할, 사회 안전망, 환경, 이민 등 여러 정치적인 사안에서 일관되게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이 수치가 단 5%에 불과했죠. 대학원 교육까지 받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31%였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5%였죠.

그렇다면 좌파적인 시각을 초래한 것이 대학 교육 그 자체인 것일까요? 아니면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진 개인들이 대학 진학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일까요? 2017년, 보수계열 활동가들의 연례행사인 “보수 정치 행동 컨퍼런스(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할지, 무슨 말을 할지, 더 나쁘게는 무슨 생각을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18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국인의 절반 가량(공화당원의 79%, 민주당원의 17%)이 미국 대학의 문제로 “교수들이 자신의 정치, 사회적 시각을 강의실로 끌고 들어옴”을 꼽았습니다.

하버드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숌 마줌더가 이코노미스트와 공유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학계의 청소년 이념화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마줌더의 분석은 협동의회선거연구(CCES)의 데이터와 하버드/터프츠 대학 연구팀이 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조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같은 응답자를 장기간에 걸쳐 추적함으로서 정치, 사회적 시각의 변화와 함께 교육 수준의 변화도 파악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대학 교육 자체가 사람을 더 진보적으로 만든다는 증거는 희박했습니다.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응답자들은 매년 어떤 정당에 소속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답했고, 민주당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대학교 1학년부터 4학년 사이 큰 의견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응답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후변화, 보건, 이민 등의 사안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미 좌파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더 어필하는 것일 뿐,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사상을 바꾸는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물론 설문 기간 동안 답변에 변화가 있는 경으도 있었으나, 통계학적인 의미를 가질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학계의 엘리트들이 어린 학생들을 왼쪽으로 몰아간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결과를 보고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 교육의 좌경화를 소리 높여 비판하는 보수 언론들이 있기에, 그런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겠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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