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신간도서] 강인한 시집 -두 개의 인상

영원한 생명과 신화적인 사랑의 시

[추천신간도서]


영원한 생명과 신화적인 사랑의 시
파리에 도착한 람세스 2세가 본 오벨리스크는 정복의 표지였다

강인한 시집 -두 개의 인상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6


두 개의 인상 |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6
강인한(지은이) 현대시학사 2020-07-03
144쪽 125*188mm 200g ISBN : 979-11-86557-66-2-03810
정가 10,000원

강인한 미학 위에 열한 번째 시집『두 개의 인상』

엄혹한 군사 독재 시기인 1967년 강인한은 베트남 파병에 대한 비판적인 시「대운동회의 만세소리」로 신춘문예에 당선하였다. 올해로 시력 53년. 강인한 시인은 한국문인협회가 ‘10월 유신’을 지지 선언하자 일찍이 한국문협을 탈퇴하였다. 이후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무소속의 시인으로 살아왔다.

최근의 시인은 현실의 도전에 대응하는 방법으로서 문학을 철두철미 강인한 미학의 토대 위에 구축해왔다. 젊은 시절 소박한 인간의 서정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꿈꿔 온 시인이었다. 사회에 대한 이해와 역사적 현실에 응전하는 시 쓰기(시집『튤립이 보내온 것들』)를 거쳐 시인은 열한 번째 시집『두 개의 인상』을 내놓는다. 시인은 여기 영원한 생명과 순수한 신화적 사랑으로의 회귀, 더 나아가 인류애의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추천글]


어느 밤, 시인은 불면을 마주하게 된다. 불면에 얽힌 주름과 표정을 살필수록 그는 시간마저 물질화된 존재로 변신하는 것을 느낀다. 때문에 우리는 “그림자를 벗어버린 알몸으로 / 시간의 허물을 말리는 동안 / 박하 잎을 입에 문 꽃뱀이 바위 그늘로 내려가”는 문장에서 시간과 뱀의 명백한 대칭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림자를 벗어버린 알몸”이 ‘뱀’의 알레고리임을 인정한다면, “시간의 허물을 말리는” 뱀의 존재는 우리에게 점점 더 가까워진다. 특히 “박하 잎을 입에 문 꽃뱀이 바위 그늘로 내려”간다는 표현은, 이미 최초의 여자를 유혹한 뱀으로의 변신이 완성된 후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이 시에는 천지창조의 신화를, “호박꽃 깊은 방 속에서 / 엉덩이를 치켜든 꿀벌은 체위를 바꿔가며 / 황홀에 골몰한다”는 세속화된 서사가 아닌 본래의 위치로 되돌리려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다른 언어’로 꿈을 꾸어야 한다. 물론 ‘다른 언어’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었으나 낙원 추방 이후 영원히 잃어버렸을 신의 언어다. 시인의 숙명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신의 언어를, 신화적 순수한 발화 속에서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모든 세속화에 저항하기 위해 사물을 그 사물-속-에서 구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횔덜린이 말한 바 있는 “옛날의 신들은 떠나가고 도래해야 할 신들은 아직 오지 않고 있는 신들의 밤”에 대한 강인한 시인의 답이다. 비록 이 모든 여정이 “기울어진 흘수선을 물고 당신 가슴 속으로 가라앉는 / 슬픈 배 한 척”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그의 이념과 의지는 결코 망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의 평설 중, 박성현(시인)

또 하나의 시선


람세스 2세에 관한 얘기 끝에 미라의 보존 처리 문제를 위하여 프랑스로 갈 때 미라의 얼굴 사진을 찍고 여권도 만들었다고 했다. 미라에 여권? 생각지도 못한 에피소드였다. 람세스 2세 미라를 싣고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 다음엔 국가 원수를 영접하는 예우로 예포를 발사하고, 의장대가 사열하였다는 이야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하는 문명과 문명의 조우라 할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인터넷으로 ‘람세스 2세 여권’을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당시의 여권을 링크로 찾아볼 수 있었다. 단순한 여행 시로 이 이야기들을 시로 형상화한다면 그건 자칫 TV에 나오는 세계 테마기행 다큐멘터리만도 못한 시가 될 수도 있었다. 람세스 주제로 시를 쓸 생각만 하면서 시상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두 달 넘게 끙끙거렸다.

이제야 나는 바코드라는 지문을 가진다.

람세스 2세의 여권에서 비롯된 이 한 줄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시는 강물처럼 유유한 흐름을 허락하는 것이었다. 람세스와 오벨리스크를 정점에 놓고 1인칭 시점으로 시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자작시 해설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부분, 강인한

[차례]


시인의 말

1부

푸른 당나귀
두 개의 인상
몰입
해변의 라오콘
물 위의 오필리아 1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볼더비치에서 춤을
바람의 향기를 맡아라
그믐달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눈먼 새 이야기
프란치스코의 잠자리
눈웃음

2부

물 위의 오필리아 2
별들의 발자국
철길의 유령
내 또한 너의 밥이니
질풍노도 시대가 있었다
프리즘
거울 밖으로
숨어 사는 영혼처럼
새벽 세 시에 내리는 비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괄게 타는 불길 속에
살갈퀴 만나러 가는 길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3부

거울 속엔 나비 날고
약수에 갇히다
단풍의 속도
물속에서 눈 뜨기
씨앗
졸업 뒤에 알게 된 일
벽호가 온다
1961 어느 새벽의 장난
병 속의 바다
밤새 안녕들 하신가요
뜨거운 뱀
서울 가서 얼굴 고치고 팔자 고치고

4부


말세리노의 추상
애미시스트
꽃을 적시는 조바심
희게 말하고 희게 웃는다
목에 걸리는 말
헤어지자, 영혼이여
깊은 숯을 마음에 다스리고
불은 내게 묻는다
사랑의 정점
흐르는 물에 달을
마음이여, 길어 올릴 뿐
적셔다오, 나를 적셔다오

⬱ 시선 셋

평설 「강변북로」 깊이 읽기 / 박남희
평설 「빈 손의 기억」 깊이 읽기 / 谷內修三
자작시 해설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 강인한


저자 소개


                                                      강인한 (2018년 가을, 용평에서)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등단.
시집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튤립이 보내온 것들』 등.

참다운 우리 현대시의 길을 제시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의 방법으로 인터넷 카페〈푸른 시의 방〉을 2002년에 개설하여 현재까지 혼자서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시인의 말]


지난겨울부터 몰아친 팬데믹이 불러온 코로나블루의 계절.
이제 사회적 거리에서 인간적 거리까지 가야 한다.
3년 만에 열한 번째 시집을 묶는다.
느린 걸음이지만 가장 확실한 걸음으로 우리가 가고 있다.

2020년 6월 강인한.




뉴욕코리아  포털 가기

<저작권자 ⓒ US BUSINESS NEWS 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anaging Editor 기자 다른기사보기